베를린, 흡연자의 천국

베를린과 독일의 일부 도시들로 일반화하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독일을 안다'라고 말하기에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래도 그곳에 살았던 짧지 않았던 기간에 한결같이 느꼈던 것이 하나 있다면, 독일은 정말 흡연자들에게만큼은 천국에 가깝다는 점이다.

 

베를린, 흡연자에게 만큼은 천국에 가깝지 않을까?

 

속칭 길빵은 기본이다. 아이를 안거나 유모차를 밀면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몇 번을 봐도 경악스럽다. 임산부가 흡연하는 것도 두어 번 봤지만, 정말로 드문 경우라고 믿고 싶다.

 

우리나라와 달리 흡연 중에 침을 뱉는 사람들은 보기 힘들다. 반면에, 어디를 가도 하얗고 누런 꽁초들이 바닥을 굴러다닌다. 길 전체가 거대한 재떨이 같다. 과장 조금 보태면, 가을 낙엽만큼이나 많다.

 

길가에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주황색 쓰레기통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도 희귀한 장면은 아니다. 꽁초를 길에 버리는 대신 나름 쓰레기통에 고이 던져 넣었겠지. 하지만 제대로 끄지 않은 불씨가 쓰레기에 옮겨 붙어 타들어 가는 냄새는 담배 연기보다도 고역이다.

 

담뱃값이 많이 비싸다. 그래서 직접 말아서 피우는 사람들이 많다. 학생들은 특히나 말아서 피우는 거 같다. 어디서든 능숙하게 한 개비 말아 입에 물고는 불을 붙인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이상하게 멋있어 보였던 거 같기도 하다. 힙하다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연기를 내뿜는 순간, 이러나저러나 비흡연자에게 고역인 건 다르지 않다.

 

귀국 후 담배연기 테러에서 조금은 벗어난 기분이다. 다만, 더 역겨운 장면에 한숨이 나올 때가 많다. 끈적한 가래침을 쉴 새 없이 뱉는 경우다. 그 정도면 몸에서 받지 않는 게 아닐까. 스포이트로 방울방울 입에 다시 넣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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